일기

동지를 만난 기분,

뜨기bbang 2020. 10. 5. 22:03

6개월 만에 알게 된 나의 동지,

 

제목에 언급된 '동지'는 나랑 같은 공간, 같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

같이 일'만'한 지 6개월이 지나간다.

일'만'?

같이 일하는 직원들끼리 사적인 대화를 하지 못한다.

각자 책상이 있고 컴퓨터가 배치되어있는 환경이 아니기에 언텍트형식으로도 대화를 할 수가 없고

점심시간은 각자 따로 밥을 먹기에 더더욱 대화할 기회가 없다.

일 할 때는 일 이외 대화를 일절 하지 않았다.

왜?

우리를 고용한 사람이 잡담하는 소리를 싫어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소곤소곤 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귀신같이 달려들어 조용히 하라고 경고한다.

그래서 직원들끼리 꼭 전하고픈 말이 있으면 카톡으로 하거나

(폰을 오래 만지고 있는 것 또한 싫어해서 눈치 봐가며 카톡을 해야 한다)

옆자리에 있으면 조선시대에서나 할 법한... 종이에 글 써서 전달하는 방법으로 의사소통을 한다...

.. 이게 무슨...

 

이처럼 숨 막히는 환경 속에 고용주의 눈치까지 봐가며 일을 하니 정말이지 죽을 맛이다.

4년을 그렇게 버티고 결국 퇴사하기로 한 나는 이제 4주 정도만 견디면 끝이지만

남아있는 직원들이 걱정이다. 지금도 그만둬야 할지 말지 고민하는 직원들 보면..

퇴사 이후 어떤 모습이 그려질지 빤히 보였다.

 

직원들이 자주 퇴사하는 곳은 이유가 분명히 있다.

고용주가 퇴사하려는 직원에게 암만 뭐 때문에 퇴사하냐고 물어본들

그저 "지쳐서, 쉬고 싶어서"라고 두루뭉술하게 대답하지,

솔직하게 말하는 퇴사자들은 얼마나 있을까?

나처럼 싫은 소리 듣기 싫어하는 케이스는 절대 말하지 못한다.

"당신이 싫어서요-"라고

 

그렇게 같이 혼나가며 눈치 봐가며 고군분투하며 일한 직장동료와 6개월 만에 사적인 대화를 했다.

따로 만나서 한 건 아니고 기회가 생겨서 직장 내에서 서로 진솔한 얘기를 나눴다.

나와 나이 때가 비슷한 사람으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이불 킥 저절로 하게 만드는 과거의 행동도 비슷해 동질감을 느꼈고

"퇴사 후에도 연락해도 될까요?"라고 물어봤다.

퇴사한 사람들이랑 자주 연락하는 편이 아닌 나로선 엄청 용기를 내 말한 것이다.

그 사람도 흔쾌히 연락 계속하자고 말해줬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대화가 서로 잘 통했기에-

이러한 사람을 6개월 만에 알게 되었다니...ㅠ.ㅠ

 

이와 같이 직장 내에서 대화를 나눌만한 기회가 또 언제 있을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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